석양의 섬

로야 빙원

석양의 섬의 이미지
행동 녹음 · 어둠의 평원 탐사대 1기 (발췌 Ⅰ)

지역 탐색 진도 50% 달성 후 전체 보고서 해제

[00:00:11]
어둠의 평원에서 겨우 빠져나왔어요! 선배님, 저것 좀 보세요—— 저건... 대체 뭐죠?

[00:00:27]
아마도 태양의 근원 나무일 거야. 로야인한테 들은 적이 있어, 태양의 정령이 나무로 돌아가면 형체를 잃고, 결국 따스한 햇볕이 되어 뿌리를 따라간다고...

[00:00:55]
형체를 잃어버린다고요? 그... 그럼 태양의 정령들은 괴롭지 않을까요?

[00:1:00]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야

[00:1:05]
선배님은 그걸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00:1:07]
그냥 추측일 뿐이야. 나무로 돌아가는 게 태양의 정령의 본능이라면, 엑소스트라이더가 존재하는 한 자연의 섭리상 엑소스트라이더는 태양의 정령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건 생명의 필연적인 과정이니까, 일단 그 과정이 시작되면 적절한 긍정적 피드백이 주어져야만 태양의 정령들이 스스로 생애 주기를 완수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00:2:13]
일리가 있는 말씀이네요. 하지만 전 왠지 다른 이유도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00:2:15]
안니카, 생각나는 게 있다면 편하게 말해봐도 좋아

행동 녹음 · 어둠의 평원 탐사대 1기 (발췌 Ⅱ)

지역 탐색 진도 100% 달성 후 전체 보고서 해제

[00:2:23]
제 생각은요... 지금까지 태양의 정령에 대한 제 연구를 보면, 처음부터 태양의 정령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선택을 내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한 태양의 정령의 선택」이 아니라, 「모든 태양의 정령의 결단」인 셈이죠. 선배님, 혹시 기억하시나요? 「엑소스웜 개체 지능은 노드에 불과하지만, 노드로 구성된 네트워크 사이에는 피드백 체인과 서버가 존재한다」 그 논문 말이에요. 저자는 생물의 유전 물질을 비유로 들어 자신의 엑소스웜 진화 논리 가설을 설명했었죠

[00:4:13]
당연히 기억하지. 가설 자체는 무척 대담했지만, 데이터 결과는 충분히 재현 가능해서 아주 인상 깊게 남아있어

[00:4:29]
맞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태양의 정령이라는 생물은 비록 일반적인 동물이나 엑소스웜과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지능과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요. 한 태양의 정령이 가진 엑소스트라이더 에너지는 미약해서, 스스로를 불태워도 낼 수 있는 빛과 열은 한계가 있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잠시나마 보이드매터를 몰아내거나 엑소스트라이더의 부품을 가동하기엔 충분해요. 그렇게 동료 혹은 엑소스웜이 위기를 넘기게 도와줌으로써, 조물주가 부여한 사명을 완수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주는 거예요. 결국 네트워크의 수많은 노드들이 동시에 같은 불씨를 붙일 때, 그 행위가 서버에 기록되면서 태양의 정령 네트워크만의 피드백 논리를 구성하게 된 거죠... 어쩌면 나무로 돌아가는 것은 그저 단일 노드에서 종말을 선택한 결과도 아니고, 조물주가 설정한 생명 체계도 아닐지 몰라요. 그건 우리가 아직 해명하지 못한 복잡한 논리가 일으킨 결과일 거예요

[00:06:04]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태양의 정령이라는 종족 내에서도 진화 과정에서 이타성이 나타났다는 뜻이군?

[00:06:19]
바로 그런 뜻이에요. 그리고 그 이타성이 최종적으로 형태를 갖춘 것이 어둠의 평원 중앙에 있는 태양의 근원 나무예요

[00:06:29]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이 석양은, 모든 태양의 정령의...

[00:06:37]
모든 불씨가 하나로 모이는 법이죠